흐름 / 추적 중
AI 신약의 돈은 어느 층으로 가나
생명정보가 약이 되기까지 아홉 개 층이 있다. 각 층마다 'AI가 제품의 핵심인 회사'와 '측정·검사 인프라를 파는 회사'가 나란히 서 있는데, 둘은 돈 버는 방식도 깨지는 조건도 다르다. AI 자금이 실제로 어느 쪽에 쌓이는지를 추적한다.
증거 타임라인
뷰노는 2026년 상반기 매출 121.6억 원(-27.6%) 중 85.8%를 딥카스 한 제품에서 벌었고, 딥카스 분기 매출은 2025년 3분기 69.9억 원에서 2026년 2분기 51.8억 원으로 세 분기 연속 줄었다. 회사는 원인을 평가 유예 관리지침 개정에 따른 동의율 하락과 신의료기술평가 대기로 밝혔고, 결과 통보는 10월 중순 예상이다
일루미나 FY2025 10-K에서 AI는 전부 위험요인으로만 등장하고 매출 기회 서술이 없다. 26Q2에 기가베이스 출력이 30% 넘게 늘었는데 시퀀싱 소모품 매출은 5.1%만 늘어 기가베이스당 실효 단가가 연 약 19% 빠진다 — 측정량이 늘어도 인프라 매출로 번역되지 않는다
같은 기준일(2026-10-05) 주가매출비율이 측정 인프라 일루미나 9.87배, 검사 서비스 나테라 22.66배, 합성 트위스트 31.5배다. 같은 밸류체인 안에서 2~3배씩 갈린다
트위스트는 매출총이익률을 FY2023 36.6%에서 FY2026 9개월 52.1%로 15.5%포인트 올리는 동안 유전자당 평균 실현단가를 120.05달러에서 121.11달러로 유지했다. 다만 FY2026 3분기에 출하량이 55.7% 늘 때 매출은 23.2% 느는 격차가 처음 벌어졌다 — 인프라 쪽도 원가가 단가보다 빨리 떨어지는 동안만 우위가 유지된다
긴코 바이오웍스는 매출이 정점 대비 64% 줄었고 우위 서술을 공시에서 스스로 철회했다. 10x 지노믹스는 매출이 2년째 제자리인데 주가가 13배 올랐다 — 층에 속해 있다는 사실만으로 가치가 쌓이지는 않는다
리커전이 템퍼스AI와 데이터 라이선스 계약을 2029년 11월까지 연장하면서 연간 라이선스료를 '2년간 최대 8,400만 달러 재량 지급'에서 '3년간 확정 4,200만 달러'로 바꿨다. 동시에 템퍼스가 리커전의 RNA 모델 TxFM을 2년간 비독점으로 쓰는 대가로 1,200만 달러를 냈다 — AI 신약사가 돈을 낸 상대가 장비사가 아니라 데이터 보유자였다
로슈가 디지털 병리 AI 기업 PathAI를 최대 10억 5,000만 달러(선급 7억 5,000만 + 마일스톤 3억)에 인수하기로 했다. 2026년 하반기 종결 예정이다 — 측정·진단 인프라 쪽이 AI 해석층을 사서 올라오는 구조다
앤트로픽이 Claude Opus 4.8로 15개 표적에 대한 단백질 설계 캠페인을 수행하면서 트위스트 바이오사이언스를 독립 평가기관 두 곳 중 하나로 지목했다. 설계 1,320건·결합체 354건, 적중률 22.6~35.1%로 업계 통상 10~15%를 웃돌았다. 다만 공시에 금액·기간·매출 약정이 없고 트위스트는 어디서도 독점이 아니다
한국 의료 AI 상장사의 실적이 갈렸다. 루닛은 2026년 1분기 매출 240억 원으로 전년 동기 192억 원에서 25% 늘었고 북미가 암 진단 매출의 약 70%다. 코어라인소프트는 독일 국가 폐암검진 사업으로 매출이 50% 가까이 늘었다. 반면 뷰노는 1분기 매출이 전 분기 대비 16% 줄었다. 보도는 미국 FDA 허가 지연을 앞세웠지만, 회사 증권신고서는 감소 원인을 국내 평가 유예 관리지침 개정(환자 동의 강화)과 신의료기술평가 대기로 적었다(해외 딥카스 매출은 원래 0) — 어느 쪽이든 AI 핵심층은 규제 지위 하나로 매출 궤적이 갈린다
일루미나가 BioInsight 사업부를 출범시키고 Billion Cell Atlas를 공개했다. 창립 파트너는 아스트라제네카·머크·일라이릴리이고 7월에 AI 신약개발사 3곳이 추가됐다. 최고재무책임자가 '바이오파마 고객에서 데이터 매출이 늘고 있다'고 밝혔으나 금액은 공시하지 않았고, 정량 단서는 멀티오믹스 전체가 2026~2027년 성장률에 1~2%p를 더한다는 가이던스뿐이다 — 인프라가 AI층으로 올라가려는 시도이고 성패는 아직 측정 불가다
템퍼스AI가 디지털 병리 AI 기업 Paige 인수를 완료했다. 2026년 6월에는 Paige의 영상관리시스템을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예일 뉴헤이븐·메모리얼 슬론 케터링을 창립 학술 회원으로 하는 컨소시엄을 띄웠다 — AI 해석층이 같은 층을 통합하는 쪽이다
이 흐름이 왜 중요한가
AI가 생물학을 바꾼다는 말로 오른 주식은 많습니다. 그런데 그 돈이 실제로 어느 회사의 손익계산서에 들어가는지는 층마다, 그리고 같은 층 안에서도 회사 성격에 따라 다릅니다.
생명정보가 약이 되는 경로는 아홉 층입니다.
| 층 | 무슨 단계인가 | 나오는 결과물 |
|---|---|---|
| ① 읽기·측정 | DNA·RNA·단백질·세포·조직·의료영상·생체신호를 데이터로 만든다 | 유전자 서열, 세포 지도, 영상, 생체신호 |
| ② 분석·해석 | 데이터에서 변이·세포 상태·질병과의 관계를 찾는다 | 변이 해석, 질병 패턴, 위험 예측 |
| ③ 진단·치료 선택 지원 | 질병 가능성·종류·환자군을 구분하고 적합한 검사·약·임상을 찾는다 | 진단 보조, 바이오마커, 환자 분류 |
| ④ 표적·적응증 발굴 | 어떤 단백질·경로를 바꿀지, 기존 약을 어떤 질병에 쓸지 찾는다 | 치료 표적, 새로운 적응증 |
| ⑤ 후보물질 설계·최적화 | 저분자·항체·단백질의 구조와 성질을 설계한다 | 신약 후보, 개선된 분자 |
| ⑥ 합성·실험 검증·전임상 | 설계한 물질을 실제 만들고 세포·오가노이드·동물에서 검증한다 | 실험 데이터, 검증된 후보 |
| ⑦ 임상시험·허가 | 사람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지 시험하고 허가를 받는다 | 임상 결과, 허가 여부 |
| ⑧ 치료제 공급·실제 치료 | 승인된 치료제를 제조·공급하고 의료진이 환자를 치료한다 | 처방·투여·치료 |
| ⑨ 모니터링·피드백 | 치료 반응·재발·환자 악화를 추적한다 | 추적 검사, 위험 경보, 치료 조정 근거 |
⑨가 ①로 돌아가는 고리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추적 검사에서 나온 데이터가 다시 측정 데이터가 되고, 그게 모델을 다시 학습시킵니다. 이 고리를 가진 회사와 한 번 팔고 끝나는 회사는 몇 년 뒤 완전히 달라집니다.
같은 층에 두 종류 회사가 있다
층만 나누면 절반만 보입니다. 각 층마다 성격이 다른 두 부류가 섞여 있습니다.
| AI 핵심 기업 | 측정·검사 인프라 기업 | |
|---|---|---|
| 가치의 출처 | 알고리즘·모델·데이터 | 장비·시약·소모품·키트 |
| 매출 형태 | 검사 건당·구독·라이선스 | 장비 1회 + 소모품 반복 |
| 하드웨어 | 남의 것을 쓰거나 부수적 | 자기 것이 본체 |
| 깨지는 조건 | 규제 승인과 보험 수가 | 단가 하락과 경쟁 장비 진입 |
| 총마진 | 보통 높고, 규모가 커져도 잘 안 내려감 | 제조원가에 묶임 |
예를 들어 ①층에서 일루미나는 인프라(시퀀서와 시약을 판다)이고 루닛은 AI 핵심(남의 장비가 찍은 영상을 읽는다)입니다. 같은 ‘측정’ 범주에 있지만 일루미나는 기가베이스당 단가가 떨어지면 깎이고, 루닛은 FDA 승인과 보험 수가에서 갈립니다.
2026년에 이 둘이 서로를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 로슈가 PathAI를 최대 10억 5,000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습니다(선급 7억 5,000만, 2026 하반기 종결 예정). 진단 인프라의 최강자가 디지털 병리 AI를 통째로 사서 ②층으로 올라오는 구조입니다.
- 템퍼스AI는 Paige 인수를 완료했고(2025년 8월), 2026년 6월 Paige의 영상관리시스템을 오픈소스로 풀어 컨소시엄을 띄웠습니다. AI 쪽이 같은 층을 통합하는 움직임입니다.
- 일루미나는 BioInsight로 ①층에서 ②층으로 올라가려 합니다. 다만 데이터 매출을 금액으로 공시하지 않아 진척을 잴 수 없습니다.
층별로 누가 있나
① 읽기·측정 — 이 층이 측정 인프라의 본체이고 유전체와 의료기기 두 갈래입니다.
유전체 쪽은 일루미나(ILMN)·10x 지노믹스(TXG)·써모피셔(TMO)·퍼시픽 바이오(PACB)·옥스퍼드 나노포어와 추격자 울티마·엘리먼트·중국 MGI입니다.
의료기기 쪽이 금액으로는 훨씬 큽니다 — 지멘스 헬시니어스가 의료기기 매출 약 242억 달러로 영상(CT·MRI·PET·X선)과 검체진단 모두 1위이고, GE 헬스케어는 197억 달러에 영상이 매출의 40% 이상입니다(2026년 상반기 매출 104.25억 달러, 전년 대비 +6.6%). 필립스가 195억 달러로 뒤를 잇고, 캐논 메디칼·후지필름·올림푸스가 영상·내시경에 있습니다. 체외진단 자동화는 로슈 진단·애보트·벡크만쿨터(대너허)·bioMérieux·퀴아젠입니다.
한국은 마크로젠·씨젠·이원다이애그노믹스가 유전체 쪽, 뷰웍스·레이언스·바텍이 영상 디텍터, 삼성메디슨(삼성전자 산하, 비상장)이 초음파입니다. 레이언스는 2026년 2분기 매출 364.6억 원(+25.7%)이고 산업용 디텍터가 140.9% 늘었습니다.
이 층의 순수 AI 핵심 기업은 드뭅니다 — 측정 자체를 AI가 대체한 사례가 아직 없고, AI는 장비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② 분석·해석 — AI 핵심이 본진입니다. 템퍼스AI(TEM)·소피아 제네틱스(SOPH)·엔비디아 BioNeMo(NVDA)와 비상장 Arc Institute·EvolutionaryScale, 그리고 일루미나의 DRAGEN이 있습니다. 영상 판독에서는 루닛·뷰노·코어라인소프트·제이엘케이·딥노이드가 한국 상장사이고, 디지털 병리에서는 Paige(템퍼스 산하)·PathAI(로슈 인수 예정)·Proscia가 미국 쪽입니다. Proscia는 2026년 8월 Concentriq AP-Dx로 FDA 510(k)를 받았습니다.
③ 진단·치료 선택 지원 — 나테라(NTRA)·가던트 헬스(GH)·이그잭트 사이언시스(EXAS)·파운데이션 메디슨(로슈)·GRAIL이고, 한국은 씨젠·아이엠비디엑스·젠큐릭스·루닛 스코프입니다. 루닛 스코프는 동반진단 쪽으로 CellCarta·랩콥·다이이찌산쿄와 협업하고 있습니다.
④ 표적·적응증 발굴 — 리커전(RXRX)·랜턴 파마(LTRN)와 비상장 인실리코 메디슨·베네볼런트AI입니다. 한국은 파로스아이바이오·신테카바이오·온코크로스와 비상장 스탠다임입니다.
⑤ 후보물질 설계·최적화 — 슈뢰딩거(SDGR)·앱사이(ABSI)와 비상장 아이소모픽 랩스(알파벳)·Generate Biomedicines·Xaira·Chai Discovery, 그리고 프론티어 모델 자체(앤트로픽·구글 딥마인드)입니다. 한국은 넷 다 비상장입니다 — 갤럭스·히츠·디어젠·아이젠사이언스. AI 신약의 가장 핵심 층에 상장된 한국 기업이 없습니다.
⑥ 합성·실험 검증·전임상 — 트위스트(TWST)·긴코 바이오웍스(DNA)·IDT(대너허)·진스크립트·찰스리버(CRL)와 비상장 Elegen·Ansa입니다. 한국은 바이오니아·마크로젠·오가노이드사이언스입니다.
⑦ 임상시험·허가 — 아이큐비아(IQV)·아이콘(ICLR)·메디데이터(다쏘)와 비상장 Unlearn.AI이고, 한국은 드림씨아이에스·바이오톡스텍·켐온입니다.
⑧ 치료제 공급·실제 치료 — 의약품은 모더나(MRNA)·바이오엔테크(BNTX)·일라이 릴리(LLY)·머크(MRK)·버텍스(VRTX)·아크투루스(ARCT)이고, 한국은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SK바이오팜·유한양행·한미약품·GC녹십자입니다.
치료 ‘행위’의 장비도 이 층입니다 — 수술로봇과 내시경입니다. 인튜이티브 서지컬(ISRG)이 다빈치 5로 심장 프로그램을 넓히는 중이고, 메드트로닉(MDT)이 2026년 초 Hugo 로봇으로 미국 첫 상업 수술을 했으며 Stealth AXiS로 척추·두개·이비인후 영역 허가를 받았습니다. 스트라이커(SYK)·존슨앤드존슨·올림푸스가 같은 자리이고, 한국은 큐렉소·미래컴퍼니입니다.
⑨ 모니터링·피드백 — 나테라 시그나테라(NTRA)·가던트 리빌(GH)·덱스콤(DXCM)·애보트(ABT)·마시모(MASI)이고, 한국은 아이센스·씨젠·뷰노 딥카스입니다.
무엇을 보면 답이 나오나
층마다 하나씩, 그리고 AI 핵심인지 인프라인지에 따라 다른 지표를 봅니다.
| 층 | AI 핵심 기업은 | 측정 인프라 기업은 |
|---|---|---|
| ① 읽기·측정 | — | 기가베이스당·검사당 실효 단가. 일루미나는 연 약 −19%다 |
| ② 분석·해석 | FDA 허가와 보험 수가 진입 | 데이터 매출의 별도 공시 여부(일루미나 BioInsight) |
| ③ 진단 지원 | 가이드라인 등재와 급여 결정 | 검사 단가와 외주 비중 |
| ④~⑤ 표적·설계 | AI 계약의 금액화. 앤트로픽·릴리·AWS 모두 금액 미공시다 | — |
| ⑥ 합성·검증 | — | 분기 총마진. 출하량 증가율과 매출 증가율의 격차가 벌어지는데 총마진이 따라 오르지 않으면 원가 우위가 끝난다 |
| ⑦~⑧ 임상·공급 | 임상 데이터 | 수주잔고와 가동률 |
| ⑨ 모니터링 | 재검사 주기와 유지율 — ①로 돌아가는 고리의 세기다 | 소모품 재구매율 |
장비사의 AI는 별도 매출이 아니라 장비의 판매 근거입니다. GE 헬스케어는 AI 유도 방사선 계획으로 FDA 승인을 받았고 캐논은 딥러닝 CT를 냈으며 지멘스는 Varian과 병원 운영 디지털 트윈에 투자했습니다. 전부 ②층에 걸치는 활동이지만, 그 AI로 받는 돈이 따로 집계되지 않고 장비 가격에 녹아 있습니다. AI 핵심 기업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고, 그래서 장비사의 AI 진척은 AI 매출이 아니라 장비 수주와 교체 주기로 읽어야 합니다.
AI 핵심 기업의 급소는 규제입니다. 2026년 한국 의료 AI 상장사의 실적이 그걸 그대로 보여줍니다 — 루닛은 1분기 매출 240억 원으로 25% 늘며 북미가 암 진단 매출의 약 70%가 됐고, 코어라인소프트는 독일 국가 폐암검진 사업으로 50% 가까이 늘었는데, 뷰노는 국내 한시 비급여 제도가 정식 평가로 넘어가며 환자 동의 절차가 강화되자 매출이 전 분기 대비 16% 줄었고, 미국 FDA에서는 실질적 동등성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뷰노 분석). 기술이 아니라 승인이 갈랐습니다.
인프라 기업의 급소는 단가입니다. 일루미나는 측정량이 30% 넘게 늘어도 매출이 5% 느는 구간에 들어갔고, 트위스트는 아직 원가가 단가보다 빨리 떨어져 총마진이 오르지만 FY2026 3분기에 출하량과 매출의 격차가 처음 벌어졌습니다.
가장 먼저 답이 나올 자리는 ②층입니다. 로슈-PathAI 인수가 종결되고 일루미나가 BioInsight 매출을 따로 공시하기 시작하면 “인프라는 AI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가 증명되고, 몇 분기가 지나도 금액이 안 나오면 “곡괭이 장수는 곡괭이 장수로 남는다”가 됩니다.
그리고 층에 속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습니다. 긴코는 ⑥층에서 매출이 정점 대비 64% 줄었고, 10x는 ①층에서 매출이 2년째 제자리인데 주가만 13배 올랐습니다. 층은 어디를 볼지 알려줄 뿐 무엇이 맞는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