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인가
존 터너스 애플 CEO가 10월 15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뷰에서 “메모리 부문의 제약은 절대적인 위기”이며 “모든 선택지를 탁자 위에 올려둬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근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 업체를 직접 지목하진 않았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과 문제를 함께 풀기 위해 만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전해졌습니다. 한국 언론은 이를 “애플, 중국산 반도체 검토 시사”로 풀었고, 로이터·연합 인용 보도는 애플이 올해 상반기 CXMT(창신메모리)·YMTC(양쯔메모리) 두 중국 업체와 구매 협의를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공식 확인된 것은 CEO의 일반론 발언까지입니다. 중국산 도입 결정, 물량, 적용 제품은 발표된 바 없습니다. WSJ는 앞서 애플이 아이폰·맥북에 CXMT 칩을 시험한다고 보도했지만 애플과 CXMT는 논평을 거부했고 로이터도 독자 확인에 실패했습니다. 초기 논의는 중국에서 파는 제품에 집중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지난 7월 29일에는 슈머·뱅크스 등 미 상원의원 6명이 “중국산 메모리 채택은 다른 제조사가 따라 할 시장 신호가 된다”며 8월 21일까지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요구했습니다(블룸버그 보도). 애플의 답변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왜 이 소식이 중요한가
이 소식이 바꾸는 판단은 “애플이 중국산 메모리를 쓸 것인가”가 아니라, 가장 힘 센 구매자마저 메모리 공급자 3곳의 가격 결정력에 압박을 느껴 공개적으로 대안을 말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8월 우리가 쓴 애플의 CXMT 테스트 보도는 언론 단독 보도였고 애플은 침묵했습니다. 이번엔 CEO가 직접 같은 방향의 말을 했다는 점이 달라졌습니다. 다만 중국산을 말한 게 아니라 “모든 선택지”라고만 했다는 점도 같이 기억해야 합니다.
애플은 7월 30일 2분기 콜에서 이미 신호를 줬습니다. 팀 쿡 전 CEO는 메모리를 “100년에 한 번 오는 홍수”에 비유했고, “D램 공급사가 세 곳뿐인데 더 많으면 가격에도 좋다”고 말했습니다(애플 2분기 어닝콜). 그 콜에서 CFO는 9월 분기 매출총이익률 가이던스가 직전 분기보다 1.6%p 이상 떨어지는 이유가 메모리라고 했습니다. 이번 발언은 같은 불만이 “시장에 더 많은 공급자를”에서 “모든 선택지”로 한 단계 올라온 것으로, 연속이면서 수위가 높아진 전환입니다.
해석은 두 갈래입니다.
- 구조 변화 쪽 — 중국 업체가 애플의 검증 문턱을 넘고 미국 정부가 용인하면, 범용 D램의 가격 결정력이 한국·미국 3사에서 분산됩니다. 중국 반도체 자립 흐름에 자립 진전 쪽 근거입니다.
- 협상 카드 쪽 — 애플이 실제로 쓰지 않아도 대안을 보여줘 3사와의 가격 협상을 유리하게 만드는 용도라는 해석입니다. 디지타임스는 이런 시도가 오히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가격 결정력을 강화했다고 분석했습니다(2차 인용). 모닝스타 분석가는 CXMT가 EUV 장비를 못 써 원가가 높아 가격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봤고, 밍치궈는 CXMT를 골라도 애플 메모리 비용이 크게 줄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 갈리는 지점 — ① 상원 서한 이후 애플이 약속했는지, 정부가 승인했는지(정치 관문) ② 애플 10월 말 분기 실적에서 매출총이익률 가이던스와 메모리 발언이 어떻게 바뀌는지(비용 관문) ③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4분기 아이폰용 공급가 인상률이 둔화되는지(가격 관문). ③이 꺾이면 구조 변화 쪽, 오르면 협상 카드 쪽입니다. 이 건은 메모리 슈퍼사이클 흐름에도 방향을 기록했습니다.
숫자로 본 연결고리
| 회사 | 걸려 있는 자리 | 크기 |
|---|---|---|
| 애플 | 메모리 원가가 마진을 직접 깎음 | 26Q2 매출 1,094억 달러, 매출총이익률 50.1%(관세 환급 제외 시 48.1%). 9월 분기 가이던스 47~48%, 하락분 중 160bp 이상이 메모리 |
| 삼성전자 | 모바일·메모리 협상 상대 | 3분기 잠정 영업이익 107.4조원, 영업이익률 55.1%. 아이폰용 저전력 D램 1분기 공급가를 전 분기 대비 80% 인상(전자업계 인용) |
| SK하이닉스 | 같은 협상 상대 | 2분기 영업이익 60.5조원, 영업이익률 76%. 아이폰용 저전력 D램 공급가 100% 인상(전자업계 인용) |
| 마이크론 | 미국 대표 D램 공급사 | 모바일·클라이언트 사업부 분기 매출 131억 달러(YoY +249%), 총마진 90% — 소비자용 메모리가 지금 가장 남는 장사라는 뜻 |
| CXMT | 도입 후보 | 2분기 영업이익률 82%, 1분기 D램 점유율 약 8%(우리 CXMT 마진 글 기준) |
크기로 보면 가장 크게 걸린 쪽은 애플의 마진입니다. 메모리 때문에 한 분기에 1.6%p 이상 빠지는 마진을 되돌리려는 동기가 중국산 검토의 핵심입니다. 반대로 한국 2사에게는 애플 몫이 전체 매출에서 얼마인지 공시되지 않아 크기를 특정할 수 없고, 방향만 있습니다. 그리고 13일 CXMT의 서버용 D램 계획 발언 하나에 삼성전자 -7.39%, SK하이닉스 -10.09%가 빠진 점(10월 14일 분석)을 보면, 시장은 이미 중국 공급 확대를 가격 결정력 위험으로 민감하게 가격에 반영하는 구간에 있습니다. 16일 이번 발언에 대한 주가 반응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무엇을 더 봐야 하나
- 10월 27일경 SK하이닉스 3분기 실적(외부 추정일, 미확정)·10월 29일 삼성전자 확정 실적 — 모바일용 D램 가격 발언과 CXMT 대응. 둔화 언급이 나오는지가 가격 관문입니다.
- 애플 10월 말 분기 실적(일정 미확정) — 매출총이익률 가이던스와 메모리·공급사 다변화 발언. “중국 업체”가 직접 언급되는지.
- 상원 서한(8월 21일 기한) 이후 애플의 공식 답변과 행정부 승인 여부 — 현재 공개된 응답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승인 없이는 구조 변화 쪽 가설이 서지 않습니다.
- CXMT의 서버용 DDR5 연내 출시와 애플 검증 통과 보도 — 사양·수율이 공개되면 시험이 양산 협의로 넘어갔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